책을 읽고 느끼는 점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은 비슷비슷합니다. 98페이지 밖에 안되는 이 짧은 소설을 읽고 나면 이런 이미지가 먼저 떠어를 것입니다. "가족의 사랑이 중요한 이유"
책의 내용이 '가족에게 사랑을 받아 본 적 없는 9살 소녀가, 먼 친척집에 몇 달간 머물면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걸 경험하고, 그러면서 변화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에 쓰여진 대부분의 '맡겨진 소녀' 책 리뷰와 후기가 그런 방향성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연관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여 글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수십개의 리뷰들이 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 명 정도는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의, 단어와 관련 된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여기 말이 없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말은 없지만 눈썰미가 좋고 매우 많은 단어를 알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젖소를 보고, '쇼트혼'인지 '홀스타인'인지 품종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잡초를 보고 '돼지풀'인지 '소루쟁이'인지 구분 할 수 있습니다.
꽃을 보면 '프랑스 국화'인지 '달리아'인지 '제라뉴'인지 '니포피아'인지 정확히 구분합니다.
이 아이는 물건의 재료에 대해서도 잘 압니다.
주전자가 애나멜로 만든 주전자인지 아닌지,
양동이가 아연으로 만든 양동이인지 아닌지,
집의 바닥이 리놀륨으로 만든 바닥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구분해서 표현합니다.
사용하는 단어도 어린이의 그것이 아닙니다.
'캐틀그리드'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박공벽'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굽도리'는 무엇인지 아시나요?
모두 소설 본문에 나오는 9살 소녀가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사실은 작가가 이런 단어들을 사용했을 뿐이긴 합니다만. 9살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임을 감안하면..)
'루바브', '구스베리', '킴벌리 비스킷', '위타빅스 시리얼' 등 아일랜드 사람이라면 듣는 순간 척 알아 들었을 만한 단어들도 우리에겐 생소한데, 소녀가 사용하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단어들 까지 더해져서. '이국의 소설이다' 라는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 98페이지의 짧은 소설이었지만, 사실은 읽기 힘들었습니다. 1981년의 아일랜드 농촌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용 되었고, 이해 되었을 단어들이, 2024년 대한민국 도시에서는 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외국소설 읽기 어려운게 다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이 소설은 '말 없는 소녀(2022)'라는 영화로도 제작 되었기에, 영화를 보면 생소한 단어가 주는 스트레스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도 책을 보자마자 영화를 찾아 봤습니다. 이 책을 상상 하는데 한결 도움이 되더군요. 아무튼 이런 이질감 때문에 2010년에 쓰여진 이 우수한 작품이, 2022년 관련 영화가 제작 되고나서도 1년이나 더 지난 2023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정식 출간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hite_kim/22353531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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