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효'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보셨던 분이라면 이 책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 유튜브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속도감 있게 정리하고, 가끔은 욕설도 섞어가며 대중에게 속 시원한 해설을 제공하던 그가 책으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통쾌한 직설과 핵심만 골라내는 편집 스타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책에서는 그보다는 차분하고 진중한 어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사용하던 '효기심' 이라는 필명으로 책을 낸 것도, 유튜버 간다효의 까불이 이미지와는 좀 다른 진지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였을까요?. 책을 읽다 보면 유튜브에서의 거침없는 태도와는 달리, 체면을 차린 듯한 전형적인 역사책의 문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유튜브와 다른 매체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지만, 여전히 그만의 특유의 통찰력은 살아 있습니다.
유럽 역사를 다룬 흔하디 흔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나라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핀란드나 폴란드의 역사 같은 내용은 서양역사 책에서 크게 다루지 않는 주제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낯선 나라들의 역사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게 됩니다. 유튜브가 주는 자극적 재미와는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역사의 성역을 제공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감춰서라도 국민들이 국가의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고 싶어 한다. 정수기 필터처럼 말할 수 없는 역사를 걸러 낸 후 말해도 되는 역사만 교과서나 책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필터를 거친 역사를 통해 고정관념을 갖게 되고, 들어 본 적 없는 역사를 접하면 꺼림칙하게 여기게 된다."
저자의 이 말은, 국가 권력이 역사를 필터링 하고, 그 필터를 통과한 역사만을 진짜 역사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불편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정말로 진실한 것인지에 대해 한번쯤은 의문을 제기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유튜브에서의 파격적인 모습이 그리울 수는 있겠지만, 책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역사적 탐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간다효, 효기심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싶으시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hite_kim/22360542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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